Apple AcademiX 4.0 후기 | 교사, 당신은 그만두면 무슨 일을 하며 돈을...

Apple AcademiX 4.0 후기 | 교사, 당신은 그만두면 무슨 일을 하며 돈을 벌 생각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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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한민국에서 교사로 살아가는 사람 중에 자신의 의지로 다른 일을 하기 위해 ‘사표’를 내는 경우가 얼마나 있을까? 신의 직장, 철밥통으로 일컬어지는 대한민국의 여러 직장 중의 하나가 교사다. 1997년 IMF 시대 이전만 하더라도 거들떠보지도 않던 직업이 저성장 기조와 맞물리며 최고의 직장으로 자리 잡았다.
 
  당신이 만약 교사라면, 교사를 그만두면 무슨 일을 하며 돈을 벌 생각인가? 생각만 해도 아찔한 일이다. 대부분의 교사들이 교사를 그만두면 무슨 일을 할지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만큼 나는, 또는 교사인 우리는 긴장감 없이 살아가고 있을지 모른다.
 
  나는 2주 전인 9월 2일(토) 아주 특별한 경험을 했다. 애플에서 1년에 한 번 주관하는 AcademiX라는 행사가 있는데 거기에 참가하기 위해 사직서를 쓴 것이다. 물론 진짜 사직서는 아니었지만 가짜 사직서를 쓰면서 오만가지 생각이 들었다. ‘교사를 그만두면 어떤 일을 하지?’, ‘나를 받아 줄 직장은 있을까?’ 이런 생각들이 머리를 맴돌았다.

 

  그렇게 사직서와 함께 참가 신청서를 제출하고 9월 2일 영등포구 하자센터에서 열린 ‘쌤, 오늘 사표냈어요’ 활동에 참여를 했다.
 
  이 날 행사에는 70여 명의 선생님들이 전국 각지에서 모였다. 오늘 프로그램을 요약하면 사표를 낸 교사들이 iLearnGround(배움의 놀이터)라는 회사에 입사를 한 후, 학교 현장에 필요한 물건이 무엇일지 고민하고 실제로 만들고 홍보하는 경험을 하는 것이다.

 

2_전경 3_오늘의_임무 4_오늘_할일 5_투자_유치

  아이스브레이킹을 간단히 하고 오늘 프로그램에 대한 소개를 받은 후 한 모둠 당 7~8명씩 나뉘어 활동을 시작했다.
 
  처음에 어떤 것을 주제로 사업 아이템을 선정할지 막막했다. 어떤 이야기로 시작할지도 참 애매했다. 어쩌다 보니 ‘놀이’를 주제로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놀이’의 중요성은 다들 알고 있는데 학교 현장에서 참 잘 안 되는 것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요즘 아이들은 그 재미있는 ‘놀이’를 왜 잘 하지 않는지에 대해 이야기하였다. 이야기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디자인씽킹 방법이 사용되었다. 5why를 하며 아이들이 놀지 않는 진짜 문제는 무엇인지 토의하였다.  놀이 이야기를 하다 보니 운동을 하지 않는 것까지도 연결되었다. 그래서 우리 모둠에서는 요즘 아이들의 문제를 2가지로 정리하였다.
 
  첫째, 요즘 아이들은 대부분의 일에서 함께하려는 모습이 부족하다.
 
  둘째, 요즘 아이들은 운동을 적게 한다.
 
  이 문제의 원인 중 하나는 ‘스마트폰’이다. 학생들이 스마트폰에 많은 시간을 투입하다 보니 면대면으로 상호작용하는 시간이 줄고 운동도 적게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스마트폰이 절대악이라고 보지는 않는다. 아이들의 스마트폰에 대한 선호도가 높기 때문에 우리 모둠에서는 역으로 ‘스마트폰’과 같은 기기를 이용하여 위 두 가지 문제를 극복해 보자는 의견이 나왔다.

 

6-2 7_프로토타입

  그래서 그것을 구현하기 위한 사업 아이템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하였다. 내가 초기 아이디어를 냈는데 아이패드에 운동을 하는 App을 개발한 다음, 그 App을 구현하기 위한 카메라와 거치대를 개발하는 것이었다. App의 내용은 주인공이 보물을 얻으러 다니는 것이고, 그 보물을 얻기 위해서는 정해진 운동 미션을 해야 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그냥 아이패드 일반 카메라는 운동 동작에 대한 인식을 잘 못하므로 우리 회사에서 제작한 특수 카메라를 구입 후 설치하면 운동을 몇 개 했는지 정확히 인식이 되는 것이었다. 그렇게 해서 사용자를 끌어 모으면 더 큰 수익을 내기 위해 친구들과 함께 할 수 있는 운동 기기를 제작해서 판매하는 것이 그다음 목표였다.
 
  이 사업을 구현하기 위해 오늘 8가지 공방이 도움을 주었고, 우리 모둠에서는 App을 만들기, 목공 만들기, 자전거 만들기, 3D 프린터로 만들기 이렇게 4개 공방의 도움을 받았다.
 
  각자 맡은 역할을 성실히 수행하였다. 누구는 App을 만들고(키노트로 대충 그럴싸하게…), 누구는 운동기구를 만들었으며, 누구는 Spark post App으로 홍보자료를 만들었다. 그렇게 6시간 동안 열심히 활동에 참여하였다.
 
  우리 모둠이 만든 Keynote는 아래와 같다.

 

 

  이 프로그램은 내가 최근에 구입한 Osmo라는 코딩 게임과 그 kit에서 아이디어를 차용한 것이다. Osmo는 아이패드에 거치대와 거울 같은 kit를 설치해서 아날로그와 디지털을 엮어 게임을 구현해주는 프로그램이다. 아들하고 직접 해보니 너무 재밌고 의미가 있어서 아이디어를 살짝 변형하여 운동 프로그램을 제작한 것이다.

 

< 프로토타입 제작 >
< Osmo 코딩 게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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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방의 도움으로 우리 모둠에서 만든 운동 기구 >

 

  5시가 되어 최종적으로 다른 선생님들에게 우리 모둠의 제품을 홍보하고 시연했다. 정말 스타텁 기업을 창업해서 그 회사에서 일하는 기분이 들었다. 창업한 사람들은 다들 이런 마음이겠지 싶었다.
 
  곧이어 VC(벤처 투자자들)가 돌아다니며 각 모둠이 만들어낸 물건을 구경하며 평가를 하였다. 오늘의 최종적인 모습은 VC가 3가지 물건을 고른 다음 얼마를 투자할지 금액을 알려주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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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모둠은 7팀 중 4위를 했다. 만족할 만한 성과는 아니었지만 열심히 했으니 후회는 없었다. 다만, VC가 지적했던 것처럼 우리 모둠은 실패를 두려워한 나머지 파괴적 혁신은 제품에 있지 않았다. 그저 교훈적이고 적당히 살 만한 물건을 만들어 낸 것이었다. VC들은 대안학교 학생들이었고, 애플 직원들에게 오늘 행사에 대한 취지를 듣고 약간의 교육을 받은 이들이었는데 상당히 비판적인 관점에서 제품에 대한 피드백을 주었다. 그 부분이 참 가슴 아프지만 좋았다.
 
  교사들은 안정적이기에 보수적인 시각을 많이 가진다. 그 집단 안에서만 교류하다 보면 자신들의 보수적인 시각이 맞다고 생각하기 쉽다. 나는 오늘 창업을 해 보는 애플 아카데믹스를 통해 실패를 배웠고, 스타텁 기업의 마음가짐을 느낄 수 있었다.
 
  중국이 무서운 이유는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청년들이 많고, 그런 청년을 지원해 주는 국가 시스템이 있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은 무엇을 하고 있는가? 실패한 청년들을 다시 일으켜 주고 있는가?
 
  대한민국 교사인 나는 우리 반 학생들에게 기업가적 마인드와 유사한 경험을 안겨주어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교과서에 있는 내용이 중요한 것도 있지만 실생활과 떨어져 있는 지식은 아무 쓸모가 없다. 아이들이 실제로 새로운 물건을 만들고 홍보하고 판매해보는 그런 경험을 교실에서 하는 것이 정말 살아있는 교육일 것이라 생각한다.
 
  이번에 4회째를 맞이하는 애플 아카데믹스는 정말 좋은 경험을 안겨주었다. 교사는 정말 다양한 경험을 해야 하고, 교사가 하는 모든 경험은 학생들에게 좋은 교육자료가 될 수 있음을 다시 한번 느낀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