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책도 미러링이 될까요?

    그림책도 미러링이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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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책을 좋아하는 교사다. 아침 시간에 아이들과 함께 책을 읽고 쉬는 시간에도 짬이 생기면 독서한다. 숨을 쉬고 물을 마시듯 습관처럼 책을 본다. 우리 반 아이들이 가장 기다리는 수업은 금요일 5교시 그림책 읽기 시간이다. 매주 아이들에게 책을 추천 받고 그중 한 권을 꼽아 함께 읽는다.

     

    이번 주 그림책은 맥 바넷이 쓰고 존 클라센이 그린 ‘애너벨과 신기한 털실’이다. 신기한 털실 이야기만큼이나 재밌는 읽기 방식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모비즌 미러링 어플리케이션을 이용해 그림책을 생중계한 것이다.

     

    사실 22명이나 되는 우리 반 아이들이 한 권의 책을 짧은 시간에 모두 돌려 읽기 힘들다. 더군다나 그림책 추천이 금요일 오전에 들어오거나 하면 책을 충분히 느끼지 못하고 대충 보게 되는 경향이 있었다. 이번이 딱 그랬다. 이럴 때는 선생님이 그림책을 스캔하여 교실 TV로 보여 주면 되는데, 그럴 짬도 없을 때는 모비즌을 사용했다.

     

    “어디를 보아도 새하얀 눈과 굴뚝에서 나온 까만 검댕밖에 보이지 않는 작고 추운 마을에서, 애너벨은 조그만 상자를 발견했어요.”

     

    스마트폰 카메라로 그림책을 비추고, 입으로 문장을 소리 내어 읽었다. 중요한 장면에서는 카메라를 확대하여 비췄다. 직접 손으로 톺아가며 읽는 것 보다는 못 하겠지만, 학급에서 시간이 촉박할 때 선생님이 그림책 읽어주는 방식으로는 효과가 뛰어났다. 또 가끔씩 사용하는 방법이라 그런지 아이들도 흥미를 가지고 유심히 지켜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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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따스함과 행복을 나누며 스웨터를 뜨는 애너벨의 사연을 읽었다. 작품이 훌륭하면 몰입이 잘 된다. 스마트교육과 독서를 연결 짓는데 회의감이 있었다. 기계와 종이의 만남을 썩 어울리게 보지 않았다. 막상 해 보니 꽤 괜찮았다. 적절하게 사용하기만 한다면 기술은 인간의 삶을 풍요롭게 한다. 모비즌 미러링은 독후활동에서 이어졌다.

     

    이어진 활동은 ‘애너벨과 신기한 털실’을 읽고 느끼고 생각한 점을 열 글자와 다섯 글자로 나타내기다. 독후감 쓰기가 어려운 학생을 위한 책놀이다. 아이들은 손가락을 이리저리 접어가며 말을 만들어냈다. 그 사이 나는 모둠을 헤집고 다니며 기발한 작품들을 미러링으로 화면에 띄웠다. 친구의 작품이 실시간으로 공개되고, 피드백이 즉석에서 오갔다. 화면이 끊기거나 화질저하 현상이 없었다. 흡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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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생님~ 애너벨 털모자 만들어요!”
    “자기만의 마법 털실로 모자를 떠보세요.”

     

    마법 털실 모자 제작 과정도 미러링으로 띄웠냐고? 물론이다. 그림책 읽기의 시작과 끝, 오늘은 모비즌 하나로 알뜰하게 수업 잘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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