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이 노는 놀이터에 있는 사람 중 절반은 왜 어른일까?

아이들이 노는 놀이터에 있는 사람 중 절반은 왜 어른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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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7살 아이들에게 가장 좋아하는 곳이 어디인지 물으면 ‘놀이터’라고 대답할 것이다. 나도 어렸을 적 놀이터에서 많이 놀았다. 내가 키우는 두 아이도 밖에 나가면 우선 놀이터에 가자고 한다.
 
  그런데 요즘 놀이터에 가면 참 재밌는 현상이 있다. 놀이터는 아이들이 놀러 오는 곳인데 어른들이 앉아있다. 놀이터에 놀러 온 아이들의 보호자인 엄마, 아빠, 할머니가 같이 와서 앉아 있는 것이다. 나 어렸을 때와는 다른 모습이라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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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어렸을 때가 6살 때부터 기억나는데 그때는 그 나이부터 놀이터에 혼자 가서 친구들, 또는 동네 형들이랑 놀다가 해가 질 때쯤이면 집에 들어오곤 했다. 지금처럼 놀이터에서 부모들이 있는 경우는 없었다. 저녁 어스름할 즈음 밥 먹으러 오라는 엄마들의 목소리만 있을 뿐이었다.
 
  30년이 지난 지금 부모들은 왜 놀이터에 앉아 있을까? 나도 그렇지만 이것저것 걱정이 많이 된다.
 
  ‘놀이터에서 아이가 놀다가 납치당하면 어떡하지?’
  ‘오고 가는 길에 차에 치이면 어떡하지?’
  ‘애가 집을 잘 못 찾아오면 어떡하지?’
  이런 걱정들이 드니 애들이 놀이터에 가면 안 따라갈 수가 없다.
 
  그런데 놀이터에 아이들만 있는 게 아니라 부모들이 있으니 심각한 문제가 발생한다. 바로 아이들끼리의 문화가 없는 것이다. 아이들은 놀이를 통해 배우고 성장한다. 어른들이 일하고 학생들이 공부하는 것처럼 아이들은 놀아야 한다. 그 놀이를 통해 친구 사이에 친밀감도 느끼고, 갈등이 생기면 다투기도 하고 해결하기도 한다. 그런데 부모가 있기 때문에 아이들은 왜곡된 상태에서 놀이 문화와 또래 문화를 경험하게 된다.
 
  첫째, 위험하거나 더러운 것을 거의 하지 못한다. 그런 것들을 하려고 하면 부모의 간섭이 시작된다.
   “OO야!! 그거 더러워!! 만지지 마!!”
   “OO야!! 그거 위험해!! 하지 마~”
 
  생명에 위협될 만큼 위험하고 더러운 것들이면 부모가 강력하게 통제해야겠지만, 약간의 위험과 더러움은 예방 접종처럼 아이들의 삶에 필요하다. 아이들이 약간은 위험한 상황에 노출되어 스스로 위험을 깨닫고 대비하는 경험을 해 봐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부모들과 함께 놀이터에 있는 아이들은 부모의 간섭으로 그런 경험을 거의 하지 못한다. 부모가 조금 마음을 내려놓아야 한다. 사실 놀이터에 그렇게 심각하게 위험하고 더러운 것들은 없다.
 
  둘째, 아이들끼리 놀다 보면 잘못을 할 수 있고 다툼이 발생할 수 있는데 아이들끼리 갈등 상황을 해결할 기회를 주지 않는다. 예를 들어 한 친구가 다른 친구를 밀었다고 하자. 밀려 넘어진 아이가 운다. 그러면 밀은 친구가 미안하다고 하든 그냥 가든 그 아이가 알아서 해야 하는데 밀은 아이의 부모가 와서 사과하라고 이야기한다.
 
  “OO야. 너 얘한테 밀었으니 사과해야지.”
 
  그러면 아이는 형식적으로 사과한다. 진짜 미안해서 사과하는 게 아니라 부모가 무서워서 사과하는 것이다. 물론, 아이가 잘못했을 때는 미안함을 표현해야 한다는 것을 부모는 아이에게 가르쳐야 한다. 하지만 지금 하고자 하는 이야기는 굳이 부모가 개입하지 않아도 되는 상황인데도 부모들이 개입한다는 것이다. 모든 문제 상황을 부모가 개입해서 해결하니 아이들은 놀이터에서 친구들끼리 갈등을 해결해보는 경험을 하지 못한다. 그런 아이들이 초등학교에 오면 스스로 갈등을 해결하겠는가? 그런 걸 해본 경험이 없으니 선생님에게 이르고 부모에게 이르는 것이다. 그러면 부모는 득달같이 해결사로 등장해서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큰소리친다. 결국 요즘 초등학교 저학년에서 학교폭력 상황이 많이 발생한다는 뉴스가 나오는 것이나 그 싸움이 부모 싸움으로 번지는 것도 갈등을 해결하지 못한 체 성장하는 아이들이 많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아이를 키우는 부모들은 아이들에게서 한 발자국 떨어져서 지켜볼 필요가 있다. 무관심해지라는 것이 아니라 지나친 개입을 하지 말라는 것이다. 이렇게 주장하는 나도 사실 아이들과 놀이터에 가면 놀이터 한편에 앉아서 무심히 스마트폰이나 들여다보고 있다. 위에서 이야기한 걱정들을 마음에 가득 안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놀이터에 친구들이 있다며 그 친구에게 말을 걸고 그 친구와 놀라고 한다. 다른 친구들이 아예 없이 우리 아이들만 있으면 적극적으로 놀아주지만 말이다.
 
  건강한 어른으로 성장하는 데 있어 아이들이 경험해야 할 것은 자기주도적인 생활과 그 생활 속에서 느끼는 작은 성취감들이다. 그래야 자존감을 키울 수 있고, 올바른 자아를 형성할 수 있다. 과연 요즘 3~7세의 아이들이 놀이터에서 그런 경험을 하고 있는가? 고민해 볼 문제라고 생각한다.